현지조사는 2011년 5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6년 동안 총 32회(36일)에 걸쳐 이루어졌다(Table 1). 조사범위는 화순군 북면 원리에서 시작하여 능선을 중심으로 북면 송단, 수리 지역에 이르고 조사경로는 Fig. 1과 같다. 조사 중에 확인된 모든 출현종을 채집하여 흡습지와 건조기를 이용하여 건조시켰으며, 확증표본은 전남대학교 생물학과 표본실(CNU)에 보관하였다. 식물목록 작성에 있어서 오랜 기간 널리 식재되어 온 식물 또는 자생하게 된 식물 이외의 재배식물은 제외시켰다. 과별 배열은 한반도 속식물지(Park, 2007)를 따랐고, 과 내에서는 알파벳 순서로 속명과 종명을 정리하였다. 학명은 국가표준식물목록(Korea National Arboretum and The Plant Taxonomic Society of Korea, 2007)을 따랐으며 작성된 식물목록을 한국특산식물목록(Korea Forest Service, 2015), 희귀식물목록(Korea Forest Service, 2015), 적색목록(National Institute of Biological Resources, 2012),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목록(Ministry of Environment and National Institute of Environmental Research, 2014)에 근거하여 분석하였다. 한국 내 귀화식물의 현황(Lee et al., 2011) 및 귀화식물목록(Park, 1995)을 참고하여 귀화식물 목록을 작성하였다.

백아산 지역에서는 109과 366속 568종 5아종 69변종 9품종으로 총 651분류군이 확인되었다(Table 2, Appendix 1). 이는 한반도 관속식물 4,071분류군(Lee, 1996)의 16%에 해당되며, 이 중 양치식물은 15과 25속 47종 3변종의 총 50분류군(7.7%), 나자식물은 3과 6속 7종의 총 7분류군(1.1%)으로 나타났다. 피자식물 중 쌍자엽식물은 81과 265속 401종 5아종 51변종 9품종의 총 466분류군(71.6%), 단자엽식물은 10과 70속 113종 15변종의 총 128분류군(19.7%)이다.

본 조사지역에서 확인된 651분류군 중 특산식물은 고려엉겅퀴(Cirsium setidens), 벌개미취(Aster koraiensis), 자란초(Ajuga spectabilis), 광릉골무꽃(Scutellaria insignis, Fig. 2B), 외대으아리(Clematis brachyura), 할미밀망(Clematis trichotoma), 병꽃나무(Weigela subsessilis), 지리대사초(Carex okamotoi), 매미꽃(Coreanomecon hylomeconoides), 노각나무(Stewartia pseudocamellia), 은사시나무(Populus tomentiglandulosa), 나래완두(Vicia hirticalycina)로 총 9과 12속 12분류군이다(Table 3). 조사된 12분류군은 우리나라 특산식물 328분류군(Korea Forest Service, 2015)의 3.7%에 해당된다.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종은 총 61분류군으로 백아산에서 확인된 전체 651분류군의 9.2%에 해당하며(Table 4), 환경부에 의해 지정된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 1,257분류군(Ministry of Environment, 2014)의 4.9%에 해당한다. V등급종은 구슬개고사리(Athyrium deltoidofrons), 깽깽이풀(Jeffersonia dubia) 2분류군, IV등급종은 산꽃고사리삼(Sceptridium japonicum), 섬잔고사리(Diplazium hachijoense), 털조장나무(Lindera sericea), 매미꽃(Fig. 2F), 갈사초(Carex ligulata)등 5분류군, III등급종은 금족제비고사리(Dryopteris gymnophylla), 세뿔석위(Pyrrosia hastata), 난쟁이바위솔(Fig. 2E)등 11분류군, II등급종은 꿩의다리아재비(Caulophyllum robustum)등 14분류군이었으며, I등급종은 대팻집나무(Ilex macropoda), 나도물통이(Nanocnide japonica)를 비롯한 29분류군으로 확인되었다. 깽깽이풀은 개화시기에 남획이 극심한 식물로 자생지에서 급격하게 소멸되고 있어 철저한 자생지 보존은 물론 자생지 외 보존을 실시해야만 하는 식물이다. 주 분포지는 아무르, 만주에서 경기 이북에 이르지만, 전국 심산에 드물게 자란다. 전남에서는 지리산, 조계산, 무등산에 알려져 있고(Park, 1970; Oh et al., 2016), 백아산에는 마당바위 북서사면의 등산로 주변에서 30여 개체가 집단으로 자생하고 있다. 마당바위에 인접한 북서사면 상부 임상은 습윤하고 토심이 깊어서 구슬개고사리, 약난초(Cremastra variabilis)와 같은 중요한 임상식물을 볼 수 있는 백아산 식물상의 핵심지역에 해당한다. 세뿔석위는 태안반도에서 충무에 이르는 서남해안 지방과 제주도에 주로 분포하는데, 백아산의 경우 마당바위에서 하늘다리 사이의 석회암 노두에 자란다. 산꽃고사리삼은 제주도와 전남 도서지방에 자라며, 내복천에 면한 백아산 남사면 하부에 있는 석회동굴 주변 임상에서 확인되었다. 갈사초와 금족제비고사리는 북면 노기리의 백아산 눈썰매장에 면한 사면 하부(350 m)의 임연부에 몇 개체 확인되었다. 미치광이풀(Scopolia japonica)은 백아산 동북쪽사면인 송단리 계곡을 중심으로 군데군데 큰 집단을 이루고 있다. 송단리 계곡에는 털조장나무(Fig. 2D)도 몇 개체씩 흩어져서 자라고 있다. 매미꽃은 백아산 주요 계곡 주변에 큰 집단을 이루며 넓게 자라고 있다. 나도물통이는 그늘진 계곡부에서 작은 무리를 지어 자라며, 용곡리 냇가와 인가 근처에서도 집단으로 자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꽃창포(Iris ensata var. spontanea)는 송단에서 방리로 가는 길목의 논둑에 군락으로 자생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백아산에서 조사된 희귀식물은 총 17분류군으로 국립수목원에서 지정한 희귀식물(Korea Forest Service, 2015) 557분류군의 3.1%에 해당한다. 위기종(endangered species) 으로 깽깽이풀(Fig. 2A) 1분류군, 자료부족종(data deficient)으로 구슬개고사리, 갈사초, 옥녀꽃대(Chloranthus fortunei) 3분류군, 취약종(vulnerable)으로 세뿔석위, 약난초 2분류군, 약관심종(least concern)으로 미치광이풀, 꽃창포 등 11분류군을 확인하였다(Table 5).

적색목록에 속하는 관속식물은 총 8분류군으로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지정한 적색목록(National Institute of Biological Resources, 2012) 543분류군의 1.5%에 해당한다. 백아산에서 확인된 적색목록에 속하는 관속식물은 준위협종(near threatened)으로 약난초, 깽깽이풀의 2분류군, 취약종으로 섬잔고사리 1분류군, 약관심종은 이팝나무(Chionanthus retusus), 보춘화(Cymbidium goeringii), 뻐꾹나리(Tricyrtis macropoda) 3분류군, 미평가종(not evaluated)으로 구슬개고사리, 갈사초 2분류군이다(Table 6). 백아산 서쪽사면의 계곡부와 임상에서 뻐꾹나리(Fig. 2C)의 자생지를 확인하였다.

토양은 식물생육의 기초가 되는 물리적 환경으로 식물 분포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석회암지역은 모암의 특성상 다량의 칼슘과 탄산이온을 함유하고(Horak and Kinzel, 1971; Kim et al., 1990), 마그네슘 함량이 높은 알칼리성 토양이 주를 이룬다. 대부분의 식물은 중성 및 약알칼리성 토양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서 석회암지역은 희귀식물의 피난처로 기능한다(Korea National Arboretum, 2012). 한반도의 경우 빙하기에는 북방계식물이 남방계식물을 밀어 내리면서 남쪽으로 분포를 확장하고, 간빙기에는 남방계식물이 북방계식물을 밀어 올리면서 북쪽으로 분포를 확장하게 된다. 이 과정 중 고산 정상 부근이나 석회암지대 같은 특수지역은 쫓겨가는 식물들이 남아 숨게 되는 피난처로 기능한다. 우리나라의 석회암지대는 강원도 남부, 충청북도 북부, 경상북도 북부를 중심으로 발달되어 있다. 백아산은 정상부근에 석회암 노두가 있고, 내복천에 면한 남사면에는 석회동굴이 형성되어 있어서 면적은 넓지 않으나 석회암지역으로 판단할 수 있다. 백아산에서 확인된 식물 중 석회암지대식물로 인식되고 있는 종은 거미고사리(Asplenium ruprechtii), 노간주나무(Juniperus rigida) 등 9분류군으로 국립수목원의 석회암지대의 식물(Korea National Arboretum, 2012)에서 언급된 호석회식물 109분류군의 7.3%에 불과하다(Table 7). 백아산의 호석회식물의 숫자가 예상보다 적은 이유는 석회암지역의 면적이 좁고, 오랜 기간 풍화가 진행되어 토양 산도가 낮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생태계교란야생식물인 돼지풀(Ambrosia artemisiifolia)과 애기수영(Rumex acetosella)을 포함하여 33분류군의 귀화식물을 확인하였다(Table 8).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귀화식물 321분류군의(Park, 1995) 10.3%에 해당한다. 백아산은 산록을 따라 마을과 경작지가 이어져 있으며, 최근에는 귀농현상과 겹쳐서 과수원과 약초원이 산중턱까지 넓혀지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자연휴양림과 눈썰매장 등 휴양 및 위락시설이 운영되고 있어서 주요 계곡과 능선을 따라 임도와 등산로가 종횡으로 개설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인위적 간섭이 심해지고 있어 임도와 등산로를 따라 귀화식물이 자라는 것으로 판단된다.

백아산은 그렇게 크거나 높은 산은 아니지만 온대산악지대의 식물과 남해안 도서지방의 식물이 공존하고 있는 지역으로서 식물분류학 및 식물지리학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산록부의 개발과 휴양림을 중심으로 한 등산객 유입은 백아산의 종다양성과 식생 전반에 상당한 압박을 미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석회석 광산의 흔적은 아직도 깊은 상처로 남아 있으며 군립공원을 중심으로 한 탐방로 구간 중에는 지속적인 답압 피해가 우려되는 곳도 있다. 백아산의 학술적 중요성을 고려하여 기존의 숲에 더 이상 압박을 가하는 일이 없도록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